처음해봤습니다
10년 동안 망설이던 콘서트의 티케팅을 했다
콘서트에 갈지 말지를 두고 정말정말 오래 망설였다.
좋아하는 가수도 있고 콘서트도 가고 싶었지만, 결심하지 못한 채 매년 미루기만 했다.
그 망설임의 기간이 거의 10년이다.
대단한 이유가 있을 것 같지만, 가장 큰 이유는 사실 가격이다.
솔직히 너무 비싸다.
좋아하는 것에 돈 쓰는 걸 비교적 안 아까워하는 편인데도,
콘서트처럼 단 한순간의 경험에 10만원 넘는 돈을 태우는 건 역시 쉽지 않다.
‘올해는 꼭 가고 만다’하고 큰맘 먹고 들어가도,
그 값을 보는 순간 손이 바들바들 떨려 절로 백스페이스를 누르게 된다.
일반석이 7만원 하던 시절에도 그랬는데 지금은 어느새 15만원까지 가버렸다.
가격을 보고 있자면 내가 정말 이 가수를 좋아하는 게 맞나 하는 근본적인 의심까지 해보게 되곤 한다.
그런데 지난 12월 14일 일요일
나는 그렇게도 망설이던 콘서트에 갔다.
자리에 앉고 나니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
핸드볼 경기장도 처음이었다.
공연 시간에 임박해 급하게 비집고 들어와 아직까지 정신이 없다.
땀을 식히려고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서 품에 안았다.
자리가 생각보다 좁아 이런 동작 하나도 조심스럽다.
사실 원래 계획은 이게 아니었다. 이것보다 훨씬 여유롭게 들어올 작정이었다.
천천히 공연장도 둘러보고 콘서트 분위기도 느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럴 시간이 없었다. 이동 시간을 잘못 계산해서 여유로 잡아둔 30분이 그대로 날아갔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작 전에는 들어왔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어째 마지막까지 아슬아슬했다.
생각해 보면 이 콘서트장까지 오는 과정은 정말 여러모로 순탄치 않았다.
결심의 계기
티켓값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던 내가 돌연 콘서트 갈 결심을 한 건 지난 여름의 일이었다.
본격적으로 날씨가 더워져가던 6월 무렵,
친구가 잔나비 콘서트 티켓이 생겼다며 같이 가지 않겠냐고 연락을 해왔다.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이지만 사실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건 공연이 바로 '내일' 그것도 '대구'에서 열린다는 점이었다.
대구까지 당일치기라니. 체력도 시간도 부담스러워 선뜻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내가 잔나비에 대해 아는 거라곤 겨우 노래 몇 곡뿐이었던 것도 마음에 걸렸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오겠나 싶었다.
그래서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따라나서게 되었다.
이런 귀여운 차를 타고 갔다
서울에서 차로 네 시간 가까이를 달렸다.
나름 대구 관광을 한답시고 차를 주차해놓고 대중교통으로 이동했다.
대구의 더위가 굉장히 매서웠다.
간신히 도착한 공연장
도착했을 때 상태는 솔직히 별로였다. 피곤했고, 더웠고, 공연장까지 오는 과정이 꽤 고됐다.
이래서 제대로 관람이나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녹초가 돼서 공연장에 입장했다
그런데 막상 공연이 시작되니, 시간이 갈수록 그 상태가 조금씩 상쇄됐다.
몰랐던 좋은 곡이 생각보다 너무 많아서 처음 듣는 충격과 발견의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열기였다.
다 같이 따라 부르고, 다 같이 환호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애정으로 가득 찬 사람들의 그 눈빛이 기억에 남는다.
신기하게도 그 안의 사람들의 눈을 보면 어딘가 설렘과 벅참 같은 것들이 잔뜩 서려있었다.
콘서트가 단지 노래 들으러 오는 곳이 아니라는 걸 그때 처음으로 실감했다.
그런데 사실, 마냥 좋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그 안에서 나는 묘한위화감을 느꼈다. 그건 말하자면 어딘가 겉돌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들만이 가진 추억과 정서가 있는 것 같은데 나는 거기에 낄 수가 없었다.
나는 이 사람들의 역사도 모르고, 힘든 시절을 지켜보지도 않았다.
그러니 오늘의 감동을 공유할 자격도 나에겐 없다고 느꼈다.
마치 남의 집 잔치에 초대된 것만 같은 그런 묘한 소외감이 있었다.
이곳에서 나는 그저 손님일 뿐이었다.
그래서 우습게도 그날 내가 사로잡혔던 생각은 '나도 이런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내가 가야 할 곳은 따로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순간에
그동안 미뤄오던 콘서트에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티케팅 참사
그 후로 더는 갈지말지를 고민하지 않았다. 오히려 꽤 절박하게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10월, 티켓팅 당일이 되었다.
티켓 오픈은 오후 8시. 하필 일하고 있는 시간에 딱 걸려버렸다.
그닥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이거 하나 하자고 일을 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할 수 없이 짬을 내서 앱으로 예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8시는 한가한 시간이라 그 정도 여유는 있을 것 같았다.
티켓팅이 빡세면 이런 식으론 절대 불가능이지만, 아이돌 콘서트도 아닌데 설마 그 정도일까 했다.
나는 자리 욕심도 없다. 맨 뒷자리만 남아있어도 전혀 상관없을 것 같았다.
오픈 20분 전인 7시 40분부터 미리 화면을 세팅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그때 정신이 나갔는지 잠깐 다른 일을 하다 1분을 늦어 버렸다.
큰일 났다 하고 서둘러 화면을 확인하는데 아뿔싸. 이미 입장 대기가 몇 천명이 걸려있다.
대기를 뚫고 들어가니 시간은 이미 8시 6분.
불안한 마음으로 좌석에 들어가니 이미 전석이 싹 매진이다.
진짜 단 1자리도 없었다. 좌석을 구경조차 못했다.
티켓팅은 대실패였다.
이래서야 그동안 고민한 게 바보짓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사실 마음먹는 게 어렵지 가는 것 자체가 어려울 거라곤 생각도 않고 있었다.
이렇게 티켓팅에 처참하게 실패하는 건 예상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까지는 이렇게까지 매진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내가 가려고 한 건 가수 로이킴 콘서트였다.
우여곡절 많았던 로이킴이 언제 이렇게 인기가 많아져서 내 표도 다 가져가고…
뿌듯한 마음이 크지만, 한편으로는 뭔가 얄궂기도 하다.
내가 처음 로이킴의 팬이 된 건, 그가 슈퍼스타K에 나왔을 때부터 였다.
여태 콘서트 한 번을 안 가봤다고 하니 어쩌면 그 팬이라는 말이 가볍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나에게 그는 정말정말 특별한 존재다.
노래라는 걸 굳이 왜 듣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했던 중학생에게
처음으로 노래 듣는 이유를 느끼게 해준 게 바로 로이킴이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나는 노래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물론 강남스타일이나 좋은날 마냥 온갖 곳에서 들리는 히트송들이야 듣고 살았지만,
노래 듣는 행위 자체를 즐기진 않았다.
당연히 딱히 좋다고 느낀 노래도 없었다. 그냥 들리면 듣는 딱 그 정도였다.
한편으론 그 점이 큰 고민이기도 했다.
다들 이미 노래를 즐겨 듣고, 나름 자기들만의 취향도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도통 그 느낌을 알 수가 없었다. 그때 느낀 소외감이야말로 훨씬 더 큰 것이었다.
이대로 동떨어진 사람으로 남는 게 두려웠다.
그러던 어느날
로이킴이 부른 ‘휘파람’을 우연히 듣게 됐다.
나는 이 노래를 듣는 순간 처음으로 왜 노래를 듣는지 그 이유를 납득했다.
뭐라고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냥 듣자마자 너무 좋다고 느꼈다. 또 듣고 싶고, 계속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든 건 처음이었다.
특이했던 점이 또 있었다면 로이킴이 부른 노래는 다 좋게 들렸다는 것이다.
그렇게 그가 부른 다른 노래를 찾아듣고 앨범이 나오면 모든 곡을 돌려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둘씩 더 많은 노래를 듣게 되었다.
그러니 음악에 대해서 만큼은 로이킴 덕분에 사람 구실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그렇게 10년 넘게 로이킴을 좋아하면서, 돌이켜보면 참 여러 우여곡절도 많았다.
일개 팬일 뿐인 나조차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의 연속인 적도 있었고, 로이킴 팬이라고 하면 도끼눈 뜨고 보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 과정들을 겪어 온 입장에선
지금처럼 인기 많아진 모습이 아직은 조금 어색하기도 하다.
이렇게 콘서트가 1분 만에 매진되는 것도 그래서 예상 못했다.
필사의 발악
어쨌든,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취소표라도 구해서 가야겠다는 일념으로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막막 찾아봤다.
찾아보니 무통장 취소표는 오전 9시에 풀린다곤 하는데
일반 취소표가 주기적으로 나오기도 해서 시점을 특정할 수 없다고 한다.
그냥 틈틈이 확인하는 것 말고는 뽀족한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오전부터 앱으로 주기적으로 예매 창을 들락날락하면서 확인해 보기 시작했다.
일정상 금토일 공연 중 일요일이 베스트였지만, 이 상황에서는 일단 뭐라도 구하고 보자 싶었다.
스케줄이야 어떻게든 맞추면 될 일이다.
먼저 금요일 공연에 들어가서, 2층부터 손 가는 대로 구역을 눌러보기 시작했다. 역시나 회색 좌석들뿐이다.
이래서 나오기는 할까 생각하며 기계적으로 여기저기 눌러봤다. 구역만 20개씩 있어서 이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러던 중 내 눈에 보라색 포도알이 두 개 뙇하고 들어왔다.
나는 깜짝 놀라서 일단 무지성으로 버튼부터 눌렀다. 그리고 빠르게 예매완료까지 내달렸다.
다른 날짜와 구역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지만, 이것조차 중간에 튕겨 나올 수도 있다.
우선 예매 완료까지 끝내야 했다. 부잡스러운 부분은 나중에 다시 확인하면 될 일이다.
그렇게 나는 티켓팅을 하는데 성공했다.
어제 심하게 좌절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생각보다 금방 티켓을 얻어냈다.
이래서 다들 취켓팅 취켓팅 하나보다.
그런데 막상 자리를 잡고 보니 그냥 여기서 만족할 수가 없었다.
좀 더 좋은 날짜, 좀 더 좋은 자리가 욕심이 났다.
지금 예매한 건 금요일 맨 뒤 사이드였다.
가게만 해달라고 싹싹 빌긴 했지만, 이왕이면 더 좋은 걸 원하는 게 사람 심리다.
그래서 토요일, 일요일도 들어가서 하나하나 확인해 봤다.
그런데 거기도 자리가 또 생겨 있다!
뭔가 이쪽이 미세하게 좀 더 앞줄이면서 정면인 것 같다.
이리저리 따지고 있을 시간이 없다. 이것도 먼저 예매하고 본다.
그 짓을 4번 정도 반복했다.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일요일에서 다시 또 더 좋은 자리로 옮겼다.
그리고 마침내 가장 원했던 일요일 VIP 구역 자리를 쟁취했다.
이 정도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 더 좋은 자리가 뜰 수도 있겠지만 이 이상 미련 없다.
이걸로 확정하고 결제해도 될 것 같다.
이미 마음을 확고히 정했음에도, 막상 결제를 하려고 보니 15만원은 역시 크긴 크다.
덜덜 떨며 최종적으로 결제를 했다.
그렇게 나는 여러 우여곡절 끝에 로이킴 콘서트 티켓을 얻는데 성공한다.
이 흥분 그대로 공연장까지 가야 할 것 같지만 공연까지는 아직 두 달이나 더 기다려야 했다.
티켓조차도 한 달 있어야 배송 온 단다. 기다림이 쉽진 않을 것 같다.
9호선 레이스
한참을 기다려 마침내 콘서트 당일이 되었다.
시간이 금세 지나진 않았다.
언제쯤 되나 기다리다 지칠 때쯤 그제서야 오늘이 온 것 같다.
그 사이에 독감 때문에 고생도 좀 하고 이 블로그도 새로 시작하는 등 나름 여러 일들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오히려 오늘은 막 흥분되는 느낌보다는 좀 차분하게 가라앉은 느낌도 있었다.
기대가 안 된다기보다는 그 기대감조차도 소화가 돼버린 시점이랄까?
지금의 내 기분은 긴장감 쪽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이렇게 큰돈을 주고 가는 콘서트도 처음이고, 동행 없이 혼자 콘서트를 가는 것도 처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로이킴 콘서트에 가는 것도 처음이다.
어쩌면 가서 실망하고 오진 않을까? 기대했던 만큼의 감동 같은 게 있을까?
이런 걱정들도 한편에는 있다.
아무튼 실제로 어떨지는 가봐야 알 일이다.
이런 생각들을 그저 숙제처럼 남긴 채
일단은 몸을 움직여 공연이 열리는 올림픽 핸드볼 경기장으로 출발했다.
원래는 여유 있게 2시간 전에는 출발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래저래 미적거리다 보니, 30분 정도 지체돼 버렸다.
그래도 이동시간이 1시간이라고 치면 여전히 30분 여유가 있다.
그런데 출발 직전에 다시 확인해 보니 이동시간이 1시간 30분이다. 순간적으로 땀이 쫙 났다. 어? 어제 분명 1시간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러면 시간이 완전 타이트해진다.
중간중간 환승도 2번 해야 하는데, 배차 시간이 안 맞기라도 하면 꼼짝없이 늦을 판이다.
특히나 그 악명 높은 9호선이 경로에 껴있다. 큰일 났다 싶어 일단 뛰기 시작한다.
뛰는 동안 머릿속에선 늦으면 일어날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혹시 입장 못하게 하는 거 아닌가, 된다쳐도 앞부분을 못 보는 건 최악인데…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졌다.
지하철역까지 빠르게 도착했다. 다행히 첫 번째 지하철은 타이밍 좋게 왔다.
마음이 조급해지니 핸드폰도 눈에 안 들어온다.
일단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자. 지도 앱으로 배차 시간과 환승 게이트를 확인한다.
2호선으로 넘어오니 전전역에서 열차가 오고 있다. 그 사이에 빠른 환승이 가능한 번호로 이동한다.
다행히 2호선까지는 무사히 클리어했다.
문제는 9호선이다.
열차 시간표 대로면 일반은 5분 급행은 12분을 기다려야 한다.
급행이 빠르다곤 해도 이 정도면 그래도 일반이 더 빠르지 않을까?
나는 크게 고민 없이 일반을 탔다.
이대로만 가면 그래도 시작 10분~15분 전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웬걸 갑자기 열차가 송파나루 역에 한참 멈춰있다. 황당했다. 아니 왜 안가?
이게 무슨 일인가 봤더니 급행 추월을 위해 기다리는 거란다.
무슨 이런 일이 있나 싶다. 급행이라고는 1호선 밖에 안 타봐서 전혀 몰랐다.
찾아보니 9호선에는 원래 있는 시스템이란다.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아니, 느린 것도 서러운데 멈춰서 추월하는 걸 기다려준다고?? 무슨 이런 부조리한 시스템이 다 있지...?
이럴 줄 알았으면 급행을 탔어야 하는데…
시간은 째깍째깍 가는데 급행이 날 앞질러 가는 걸 그저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5분을 허비하고 나니, 기껏 벌어놓은 시간이 싹 없어졌다.
열차에서 내리니 시간은 3시 46분. 공연 시작까지 단 14분 남았다.
여기서 핸드볼경기장까지 14분 만에 주파해야 한다. 초행 길인데 헤매지 않을 수 있을까?
다행히 일단 지도상 길은 단순하다.
서둘러 역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콘서트 때문인지 역에 이미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계단이 꽉 차서 이동할 틈도 없다. 여기서 막히면 끝장이다.
사람들에겐 미안하지만 옆을 비집고 최대한 빨리 올라갔다.
간신히 역 밖으로 빠져나왔다. 거기서부터 일직선상으로 내달렸다.
주변 구경도 하고 싶지만 그럴 짬이 없다. 일단 뛴다.
저 멀리서 핸드볼 경기장이 보인다.
위급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사진은 찍는다. 끝나면 밤이라 지금 찍어둬야 한다.
핸드볼 경기장 바로 앞쪽까지 도달했다. 그런데 입구는 어디에 있는 거지? 입구가 안 보인다.
황급히 둘러보니 다행히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 방향으로 뛰었다. 포토부스와 발권장을 차례로 지나쳤다. 나는 티켓을 미리 받아와서 저건 필요 없다.
그 앞까지 가니 공연장 입장 게이트가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지금 시간이 3시 52분. 간신히 시간에 전에 도착했다.
주위 스태프들이 지금 입장 안 하면 못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하는 소리치고 있다.
큰일 날뻔했다 싶어 가슴을 쓸어내린다. 설마 진짜로 안 들여보내줄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행은 다행이다.
숨고를 틈도 없이 바로 티켓을 보여주고 안으로 들어왔다.
이미 공연장 안은 사람들로 거의 꽉 차 있다.
내 구역으로 들어갔는데, 자리가 어디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영화관처럼 열 번호가 보기 좋게 써있지 않다. 어두워서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찾으라는 거지?
대충 느낌적으로 줄을 골랐다. 앉아 있는 분에게 물어보니 그 줄이 맞았다. 다행히 한 번에 맞는 위치를 찾았다.
하마터면 어리버리하게 돌아다닐뻔했다.
내 자리는 완전 중앙이라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앞뒤 간격이 너무 좁아서 민망할 정도로 틈을 비집고 자리로 들어갔다.
그리고 간신히 자리에 앉았다.
이렇게 여러 우여곡절 끝에, 나는 드디어 콘서트장에 도달했다.
외투를 벗고 숨을 고르니 그제야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사이드긴 했지만 생각보다 엄청 앞쪽 자리다.
무대가 엄청 가까이 보인다
관객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확실히 커플끼리 온 사람들이 많다.
내 양옆에도 커플이 한 팀 씩 있다. 오히려 남자끼리 온 사람들 은근 꽤 있어서 신기하다.
나도 같이 올 사람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값이 값이니 만큼 누구보고 같이 가자고 하기도 뭐 했다.
나처럼 좋아해도 고민되는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뜻밖의 사투
공연장을 구경하면서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장내는 밖과 달리 후끈하다. 꽉 들어찬 분위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긴장이 풀리니 몸이 급격하게 노곤해진다. 이래서 여유롭게 왔어야 하는데…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차분히 둘러보며 분위기를 느끼는 것도 재미인데, 얼레벌레 콘서트장에 뚝 떨어져 버렸다. 뭐 자업자득이니 내가 누굴 탓하겠나.
사실 그보다 더 실질적인 문제가 있다. 아까의 달음박질의 여파로 지금 목이 무지 마르다.
당연히 뭘 사 올 짬 따윈 없었다. '물을 사 왔어야 하는데…'하는 생각이 계속 맴돈다. 당연히 이제서 어찌할 수는 없다.
그저 갈증이 알아서 사라지길 바랄 뿐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샌가 장내가 어두워졌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한다.
무대가 열리고 로이킴이 나왔다. 인사나 영상 없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첫 곡은 볼케이노. 로이킴이 사랑하는 데미안 라이스의 노래다.
첫 곡이 커버 곡인 게 좀 의외라는 생각이 든다.
팝송을 크게 좋아하진 않아서 사실 원곡을 직접 들어본 적은 없다.
굳이 찾아 들은 적이 없는데도 이상하게 참 친숙하게 느껴지는 곡이다.
다음 곡은 봄봄봄과 LoveLoveLove.
이 노래들을 들으면 예전 생각이 많이 난다. 새삼 이제 노래를 정말 잘한다.
예전에는 라이브를 보고 있으면 솔직히 약간 아슬아슬할 때도 꽤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기색이 전혀 없다. 거의 음원이랑 비슷한 수준인 것 같다.
다만 지금 그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무대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눈꺼풀이 스르르 감겼다.
아까의 달리기와 목마름의 여파인 것 같다. 심지어 어제 잠이 부족하기도 했다.
'아 커피를 사 왔어야 하는데…'하고 생각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 졸음과 사투를 벌였다.
그 와중에 또 노래는 너무 잘해버리니 마치 집에서 듣는 것 같은 편안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한층 더 졸렸다.
라이브가 불안하면 오히려 그 아슬아슬함 때문에 바짝 긴장할 텐데 전혀 그런 게 없었다.
여기까지 와서 이러면 안 된다. 나는 격렬하게 정신을 부여잡았다. 불과 2분 정도의 시간인데 거의 30분 같았다.
이러는 와중에 잊고 있던 불안감이 하나 떠올랐다.
나는 이미 로이킴의 전곡을 질리도록 들었는데, 콘서트라고 새삼스러운 감동이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발견의 재미는 애저녁에 포기해야 했다.
불쑥 졸음이 찾아오자, 그것이 순전히 내 문제였음에도 그 불안을 다시 떠올렸다.
이대로 뻔한 경험으로 흘러가버릴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정말 다행히도 그런 걱정은 다음 순간에 바로 깨졌다.
로이킴이 인사와 함께 멘트를 시작한다.
그 순간 졸음이 확 달아났다.
갑자기 정신이 또렷해지고, 집중력이 돌아왔다.
오프닝 멘트랄 건 따로 없는 것 같다. 거창한 인삿말도 없이, 어제 봤던 사람 마냥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막콘인데 호응 작으면 앵콜 없어요~” “오늘은 목 상태가 좀… (긴장) … … 3일 중에 제일 좋습니다!”
뭔가 계속 우리한테 말을 거는 느낌이다.
누구랑 왔냐 드레스 코드가 코드가 있었는데 알고 있었냐 대부분 이런 식이다.
막상 대단한 내용은 없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이상하게 웃기고 재밌다.
그냥 흔한 대화도 재밌게 잘 살린다. 약간 표정이나 말투가 능청스럽다고 해야 할지 밀당을 참 잘한다.
그런데 보면 팬들도 만만치 않다. 로이킴만큼이나 똘끼 있는 사람들이 많다.
뭐라고 묻기만 하면, 여기저기서 고함을 지르며 대답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래서 신기하게도 그 안에서 서로 대화가 된다.
로이킴 : 다들 일요일에 온 이유가 있어요? 팬 1 : 저는 3일 다 왔어요!!!!! 로이킴 : 3일 다 왔다고?! 엄마한테 안 혼나요….? 팬 2 : 엄마랑 같이 왔어요!!!!!
무대와 객석 사이에 이 정도로 티키타카가 되는 건 놀랍다.
그렇게 한참을 떠들다가 어느샌가 돌아와서는 이번 공연의 컨셉을 말해줬다.
이번 콘서트는 1부 어제(yesterday) 2부 내일(tomorrow) 3부 오늘(today)로 나눠 진행된다고 한다.
알고 보니 첫 곡이 볼케이노였던 것도, 처음 슈퍼스타K 예선에서 부른 곡이었기 때문이었다.
아까 느꼈던 묘한 친숙함의 정체는 이거였다. 그 곡을 듣자마자 저절로 예전 생각이 났던 모양이다.
다음은 어떤 노래들이 나올지 궁금하다. 노래가 발매된 순서대로 부르려나?
그런데 대뜸 노래에 앞서 무릎을 꿇더니, 그 자세로 마이크와 기타를 조율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어떤 이야기를 하나 들려줬다.
당연하게 여겼던 주변 사람이 갑자기 나쁜 일로 사라지게 되는 순간들 있었는데,
그때 더 잘해주지 못했던 안타까움이 자신은 있었다는 거였다.
그리고 그 말에 뒷말을 이어가듯이 4집 수록곡 ‘그냥 그때’를 불러줬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상하게도 훨씬 몰입이 된다.
이미 수도 없이 들어온 곡인데도 그 말 한마디에 다르게 느껴졌다.
이미 잘 아는 곡이어도, 지금 불러주는 이유가 있고 그 마음이 느껴졌다.
그러니 정말 노래를 '우리에게 불러주는걸'로 다가온다.
생각해 보면 첫 3곡 동안은 아직 공연을 그저 시청하는 느낌이었다.
공연장에 와있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일방적으로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첫 멘트를 기점으로 비로소 내가 공연장에 같이있다는 게 실감이 된다.
마음 같아서는 이렇게 매 곡마다 설명을 해줬으면 좋겠지만,
시간상 그건 어려울 테다. 노래를 더 많이 들으려면 이건 솔직히 욕심이긴 하다.
가장 듣고 싶었던 노래
그렇게 한 곡 한 곡 듣다 보니 어느새 1부 막바지다.
의자가 약식이라 오래 앉아 있으니 확실히 불편하다. 양옆으로 몸을 움직일 공간도 없어 더 답답한 느낌이다.
하필이면 지금 허리가 살짝 안 좋아 더 신경 쓰인다.
그런데 이번 곡의 인트로를 듣자, 나는 자동으로 자세가 곧추세워졌다.
내가 가장 좋아는 곡 ‘살아가는 거야’였다.
실은 이번 콘서트에서 이 곡을 가장 듣고 싶었다. 셋리스트에 있을까 걱정했는데, 있어서 다행이다.
사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감상은 ‘좋다’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때는 좋고 나쁨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다들 아는 ‘그 사건’ 때문에 로이킴이 은퇴하는 거 아닌가 걱정했기 때문이다.
나온 지도 몰랐던 이 곡을 군대 생활관에서 불쑥 듣게 됐을 때,
내가 느꼈던 감정은 그래서 안도감에 더 가까웠다.
그런 배경이 있다 보니 이 곡은 참 남다르다.
들으면 들을수록 로이킴 노래 중 가장 명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살아가는 거야는 라이브 영상이 거의 없다.
그때의 일이 고스란히 얽힌 곡이라, 로이킴도 부르기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안 되는 라이브 영상을 보고 있으면
그런 날것의 감정들이 그대로 전해지는 노래이기도 하다.
오늘의 ‘살아가는 거야’는 들었던 것 중에 가장 담담하고 안정적이다.
떨림 없이, 울컥하지 않고 노래를 끝마친다.
이제 이 노래도 이렇게 부를 수 있게 된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
눈앞을 가득 메운 이 많은 사람들이 이 순간 유달리 실감이 안 난다.
오늘 이 노래를 들으며 내가 느낀 감정도 어쩌면 안도감에 가까운 것 같다.
그렇게 1부가 끝났다.
남자도 로이킴 좋아한다
로이킴은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는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달라고 한다.
일어나 달라고? 로이킴 콘서트에서도 스탠딩 타임이 있다.
예상치 못한 전개라 쭈뼛쭈뼛 자리에서 일어났다. 품에 안고 있던 외투 때문에 동작이 부산스럽다.
이걸 들고 있긴 뭐 한데… 의자에 조심스럽게 걸쳐보니 생각보다 안정적이다.
그러는 동안, 뭔가 익숙한 듯 낯선 노래가 들렸다. 노래 자체는 익숙한데 로이킴 노래가 아니다.
응팔에 나왔던 이문세 곡이다.
이 노래를 부르며 열심히 분위기를 띄운다.
발라드 콘서트라 그런지 다들 아직 어색해하는 게 보인다.
그래도 조금씩 흥이 오르는 것 같다. 확실히 일어나서 방방 거리면서 듣는 맛이 있다.
가만 앉아서 듣는 것과는 확 다르다.
어 그러고 보니 워낙 친숙한 노래라 의식 못했는데
이 곡을 로이킴이 커버한 건 처음 듣는다. 여기 와서 새로 듣는 곡 하나는 건졌다 싶어 신났다.
거기다 선곡도 맘에 든다. 나는 로이킴의 이문세 커버는 다 좋아한다. 이 노래 자체도 응팔에 대한 추억이 있어 더 좋다.
그래서 뭔가 뜻밖의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이렇게 활기차게 시작한 2부는
토크도 약간 스탠드 업 코미디(?) 같은 분위기다.
이젠 안 나오면 아쉬운 “매끼야”도 어김없이 나왔다.
그 밖에도 여러 질문들을 장난스럽게 주고받았는데,
특히 남자 팬에 대한 대화가 있었다.
로이킴 : 남자분들은 제가 왜 좋아요? 남자팬 1 : 잘 생겨서요!!!!! 로이킴 : 아 남자들도 잘생겨서 좋아하는 거구나...ㅋ 또 다른 분 있어요? 저분 한 번 이야기해 주실래요? 남자팬 2 : 노래 잘해서요!!!! 로이킴 : 에이 재미없어~
언젠가 남자 팬이 많아지는 게 실력을 인정받은 느낌이라 좋다고 한 적이 있는데,
어째 항상 잘 생겨서 좋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이젠 로이킴도 즐기는 것 같다.
데뷔 1-2년차 쯤에는 관객 90퍼센트가 여자였는데 지금은 어느새 성비가 거의 반반이라고 한다.
나는 사실 이 부분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예전엔 그게 내가 콘서트를 못 갔던 아주 주요 이유였기 때문이다.
그 당시는 뭐 돈도 없긴 했지만, 남자 팬이라고는 쥐똥만큼 있어서 감히 콘서트에 갈 엄두가 안 났다.
그런데 어느샌가 부쩍 남자가 늘어나는 게 느껴지더니, 지금은 내가 느끼기에도 확실히 많긴 많다.
앞에서 혼자 온 남자분들 손들어 보라고 한다.
나도 거기에 해당됐지만 손은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금 계속 전광판에 얼굴을 띄우고 있다. 말 시킬까 봐 무서워서 이러면 손은 못 든다.
주목받는 상황은 웬만하면 피하고 싶다. 그래서 슬리슬쩍 손을 내리고 조용히 있는 중이다.
대충 봐도 손을 든 사람들이 확실히 많다.
이제는 확실히 남자 혼자서도 전혀 부끄럽지 않을 상황이 된 것 같다.
사실 이미 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거기도 하다.
다만 이 대목에서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나는 항상 이렇게 여건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발을 떼지 못했다.
망설이다, 망설이다 누군가가 상황을 만들어 놓은 다음에야 움직였다.
이런 내 모습이 조금은 비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좋아한다면 조금 더 당당해져도 되지 않을까. 아니, 당당했어야만 하지 않았을까.
오늘 이 콘서트가 나에게 ‘드디어’보다 ‘이제서야’로 다가오는 이유다.
아주 오래전 기억
이어지는 3부는 최신곡들 위주다.
아직 준비 중인 미발매곡인 곡도 하나 들려줬다. 로이킴답게 현실적인 고민과 위로가 담긴 곡이라 좋았다.
이 곡이 언제 어떻게 나올지도 궁금하다.
의외로 엄청 좋았던 곡은 ‘꽃이 되어줄게’다.
이 곡의 인트로가 콘서트 음향과 만나니 깜짝 놀랄 정도로 좋다.
자주 안 들어본 노래라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
자작곡이긴 하지만 남준 곡이라 사실상 커버곡이다.
신곡 ‘달리 표현할 수 없어요’를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공연은 끝이 났다.
아직 못 들은 노래가 많은 것 같은데, 벌써 3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그러고 보니 갈증과 허리의 통증은 어느샌가 싹 잊어버렸다.
Ost나 수록곡도 더 듣고 싶었는데 그건 살짝 아쉽다. 뭐 워낙 그동안 나온 곡이 너무 많으니 어쩔 수 없긴 하다.
데뷔 13년 차라는 그 세월이 새삼 실감이 난다.
그래도 아직 앵콜이 남아있다.
로이킴이 무대 뒤로 퇴장하고, 조명도 다 꺼졌다.
공연장이 완전히 깜깜해졌다.
사람들이 눈치를 보다가 하나둘씩 앵콜을 외치기 시작한다.
나도 조심스럽게 그 외침에 소심하게 목소리를 얹어 본다.
그런데 갑자기, 정면의 객석에서 불빛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 불빛이 점점 퍼져간다.
어? 저게 뭔지 나도 알고 있다.
본능적으로 핸드폰으로 플래시 라이트를 켰다. 그리고 그 라이트를 정면으로 들었다.
눈치 보던 사람들도 한 명씩 따라 들기 시작해 어느새 점점이 불빛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그 광경이 마치 은하수 같기도 하다.
그렇다. 나는 이 은하수를 보는 게 2번째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무료로 열린 슈퍼스타K 올스타 콘서트에 갔었다.
그때도 로이킴이 있었다. 그는 관객들에게 핸드폰 라이트를 켜달라고 부탁했다.
단독 콘서트도 아니었고, 아직 쌩신인이던 시절이라
거기 모인 관객들에게 이렇게 하면 은하수 같아서 이쁘다며 조심스레 어필을 했었다.
나도 그 말을 따라 핸드폰 라이트를 켰었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핸드폰 불빛이 그렇게도 보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10년 전 갔던 무료 콘서트
“앵콜!! 앵콜!!”하는 함성과 함께, 불빛이 별처럼 흔들렸다.
옆에 앉은 분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불을 켜네?” “팬들이 원래 하는 건가 봐” “우리도 할까?”
아마도 그동안 저 불빛이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은 모양이다.
그동안 콘서트를 온 적이 없었기에 나도 그 과정을 모른다.
그 점에서는 저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운 좋게 남아있던 오래전 기억 덕분에 이 상황이 남의 일 같이 느껴지진 않는다.
오히려 이 수많은 사람들이 마치 그 순간의 기억을 공유하는 것만 같다.
이제는 이 불빛들이 그를 먼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괜히 감동적이었다.
로이킴이 다시 나온 후에도 그 불빛은 한참을 켜져 있었다.
앵콜 곡은 그 불빛 속에서 울려 퍼졌다.
나에겐 이 순간이 오늘 중 가장 빛나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콘서트는 끝이 났다.
나는 가만히 앉아있다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들어올 때의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 이번엔 더없이 느리게 움직였다.
괜히 의자도 한 번 들춰보고
주변 풍경도 한 번 꼼꼼히 돌아봤다.
그 자리에 서서 크레딧이 올라가는 것도 지켜봤다.
출구로 나가 통로를 지나는 동안 몇 번을 거듭 뒤를 돌아보며 사진을 남겼다.
뭐라도 놓친 게 있진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다.
올 때는 5분만에 주파했던 그 길을 이번에는 30분에 걸쳐 되돌아 갔다.
이번 콘서트는 나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사실 그리 격정적인 감동은 없었다.
울컥했다든지, 벅차올랐다든지 하는 감정의 굴곡은 솔직히 말해서 딱히 없었다.
오히려 오늘 내가 느낀 감정은 편안함, 안도감, 따듯함 이런 쪽에 더 가까웠다.
노래를 듣는 내내 더없이 편안했고, 한편으론 뿌듯하기도 했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참 많이도 망설였지만,
막상 직접 와서보니 그 고민들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오히려 조금 더 일찍 오지 못했던 것이 뒤늦게 아쉽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오늘 오길 잘 했다는 생각도 덩달아 강해진다.
오늘 2025년 12월의 콘서트는 앞으로 다신 돌아오지 않는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나는 다시 콘서트에 와야 할 이유를 찾았다.
이제는 조금은 쉽게 콘서트에 가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티켓값만 보면 덜덜 떨리는 건 여전히 어쩔 수 없을 것 같지만 말이다.